• 최종편집 2024-04-29(월)
 

 

음악의 3요소는 ‘리듬(Rhythm)’ ‘가락(Melody)’ ‘화성(Harmony)’이다. 7요소라고 말하면 무엇을 더 넣어야 하는지 궁금해 한다. 억지처럼 들릴 수 있지만, 음악의 3요소에 4가지 요소로 ‘리듬’ 또 ‘리듬’ 그리고 ‘리듬’을 더 하는 것이다.

 

색소폰을 처음 배울 때 스승님은 이런 이야기를 하셨다. “음악의 5요소가 있어 그것은 리듬, 가락, 화성 그리고 리듬 또 리듬이지” 그러면서 완벽한 연주를 위해서는 7요소를 기억해야 한다고 하셨다. 5요소에 리듬 또 리듬 그리고 리듬을 더 넣은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지 생각했다.

 

단순하게 음표와 쉼표의 길이 그리고 그 연속을 잘 지키는 정도가 ‘리듬’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연주를 거듭하면서 리듬을 안정적으로 변화하지 못하는 나를 보며, 연주생활을 그만둬야 하나 고민하기도 했다. 

 

음의 높고, 낮음을 읽을 수 있는 색소폰 동호인은 연주단계에서 반주기를 가장 많이 활용한다. 그것을 통해 리듬을 완성했다고 생각한다. 계이름을 정확히 읽을 수 있고, 다양한 박자를 알면 리듬을 타고 느끼지만, 그것만이 ‘리듬’의 전부가 아니다. 어쩌면 우리는 무언가에 속고 있을 수도 있다. 반주기를 통한 연주를 진행시키는 화면 속, 악보 위에 막대기 ‘커서(Cursor)’의 도움을 간과하고 있다.

 

반주기의 막대기 진행은 리듬이 아니다

 

색소폰 레슨의 경우도 비슷하다. 강사의 불어줌이 자신의 연주로 착각하게 된다. 프랑스에서 색소폰을 공부하던 시절, 연습곡을 지도교수가 함께 불어 주었다. 음정과 박자 그리고 표현까지 내 자신이 하고 있다고 느껴졌다. 하지만 혼자서 연주를 하는 순간, 불규칙한 심장 박동이 찾아왔다. 그것은 단지 긴장 때문만은 아니었다. 이미 좋은 음정을 습득했고, 박자도 충분히 알고 있었지만, 무의식이 지배하는 자유로운 흐름의 결을 완성하지 못했기에 찾아온 불안이 자리 잡고 있었다. 네발자전거의 보조 바퀴를 빼면 쓰러지는 자전거 타기에 불과했다.

 

“생각하고 연습하라” “알고 불어라” “연주에 생각을 담아라” 이런 말을 한다. 하지만 그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한다. 더 좋은 연주를 위해서 ‘롱톤(Long tone)연습’과 ‘12음계 외우기’를 알려주는 정도에 그친다. 물론 안하는 것보다는 당연히 도움이 된다. 하지만 그것을 왜 하는지, 어떻게 완성하는지, 그리고 이상적인 연주 방법은 어떻게 완성하는지 알려 주어야 한다.

 

 

 

좋은 연주를 위한 불안 제거


경험에 비춰보면 그 방법은 역시 음악의 요소 중 ‘리듬’이라는 강력한 아이템을 얻는 것이다. 친절한 막대가 이끌어 주는 반주기가 아닌 소리를 듣고 연주해야 하는 ‘MR(Music Recorded) 반주’ 조금 더 정확히 표현하면 ‘Instrumental Version(보컬 또는 독주를 제외한 반주 악기의 음원)에 맞춰서 색소폰을 연주해 보면 엄청난 차이를 알게 된다.

 

단순한 대중가요 한 곡을 연주하더라도 반주기를 보면서 연주할 때와 ‘MR 반주’를 듣고서 연주하는 것은 귀를 의심할 정도의 차이가 있다. 물론 충분한 훈련으로 바꿀 수 있지만, 처음에는 반주 음원만 듣고, 종이에 그려진 악보를 보고 연주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좋은 리듬을 지닌 연주자는 어떻게 하나


좋은 리듬을 지닌 연주자는 어려서부터 음악적인 환경에서 자랐거나 일찍부터 음악 수업을 체계적으로 배운 경우다. 아이들에게 악기를 가르쳐보면 그 습득의 차이가 성인과는 비교되지 않는다.

 

연령별로 지도법이 다르다. 중학생 이전 즉, 아동을 지도할 때 자신의 혀의 위치와 움직이는 방법을 물으며 ‘텅잉(Tonguing)’을 가르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반면, 성인은 자신의 혀가 리드의 어느 부분에 얼마만큼 닿는지 손으로 만져서 위치를 정확히 알 수 있게 지도한다. 

 

무의식이 의식을 지배하는 것에 있어서 아이와 어른의 차이는 매우 큰데, 어려서부터 피아노를 통해서 리듬을 익힌 사람은 박자의 나열만이 리듬이라고 보지 않는다. 그 이상의 ‘흐름의 결’을 알기 때문이다. 

 

조기교육을 받지 못했더라도 슬퍼하지 말자. 리듬을 성실하게 연습하면 완성된다. 노력한 자에게 찾아온 깊은 감동은 존재한다.

 

노력으로 만든 안정감의 ‘리듬’은 조기교육 못지않다. 그런 사람의 연주는 흐름의 결이 있고,  한 걸음 더 나아가서 더 좋은 감성을 담을 수 있는 연주의 진화가 일어난다.

 

나의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악기를 연주하셨다. 덕분에 음악적인 환경에서 자랐다. 하지만 나는 음악을 사랑했다고 자신 있게 말하지 못하겠다. 노래와 연주를 좋아했지만, 음악을 더 깊이 알고 싶다는 마음은 부족했다. 악기를 배우고 즐기는 정도에 만족했다. 하지만 어떤 순간에도 항상 색소폰을 놓지 않았다.

 

 

충분한 연습


강아지와 산책을 하다 자기 몸집보다 큰 개를 보고 겁 없이 짖어서 고생했던 경험이 있다. 동물훈련사는 자신이 주인을 지키겠다는 생각과 주인이 자신을 보호할 수 없다는 불안함이라고 말했다. 얼마나 신빙성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한 가지 교훈은 얻었다. 무대에서 불안은 충분히 익히지 못한 리듬이 주는 공포에서 시작되며, 짖는 강아지와 결코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신뢰의 주인이 나의 목줄을 잡고 있으며, 스스로도 충분히 훌륭한 개라는 생각과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는 편안함이 기분 좋은 산책을 만들 수 있듯, 무대 역시도 즐거운 산책길이 되려면 리듬을 통한 연주의 내공의 힘을 키워야 한다.

 

코로나19는 나에게 충분한 연습 시간을 가질 수 있게 해줬다. 무대에서 심장을 졸이던 나의 불치병을 고칠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리듬의 부재에서 오는 불안감을 이겨내는 꾸준한 연습과 연주의 기회가 생겼기 때문이다.

 

우리는 다시 어린 시절로 돌아가 무의식이 지배하는 리듬감을 얻을 수 없다. 그것이 좋은 리듬의 95% 완성이라는 사실을 알더라도 말이다. 결국 5%는 성실한 연습을 통해서 얻을 수 있다는 깨달음으로 그 5%의 완성도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한지 알 수 있었다.

 

꾸준함은 삶의 연륜이 주는 진정성에서 나오는 ‘감성’을 덤으로 선사한다. 때로는 부끄럽고 어색해서 표현하지 못했던 ‘다이내믹(Dynamic)’도 자연스럽게 찾아온다. 그 자연스러운 숨결이 나에게 부족했던 리듬감으로 자리하면 색소폰으로 부르는 노래가 어떤 기쁨인지 놀라게 된다.

 

리듬은 노력의 산물이기도 하다. 그리고 어려서 익히지 못한 아쉬움을 극복할 수 있는 희망이 우리에게 있다는 감사로 색소폰의 즐거움을 찾아가기를 응원한다.

 

 

 



 송인권 Profile

 

 - 프랑스 파리 E.N.M.P 음악원 색소폰 전공

 - 서울시 교향악단 색소폰 객원단원

 - 총신대 출강

 - 현)서울기독대학교 사회교육원 출강

 

(월간색소폰) 송인권 칼럼니스트= msp@keri.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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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에 생각을 담은 성실한 노력의 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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