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9(월)
 

 

‘코로나19(Covid-19)’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잠시 지나가는 바이러스 정도로 생각했지만 ‘팬데믹(Pandemic)’이라는 생소했던 단어가 이제는 너무나 친숙하다. 황사가 오면 사용하는 정도로 여겼던 마스크는 필수품이 되었다. “산책 나가고 싶어?” “그럼 입마개 하고 나가야 해” 누군가 나를 반려견으로 만들어서 입마개를 채우는 기분이 들었다. 평생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는 인정하기 싫은 사실이 우리 앞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코로나가 끝 나면 새로운 시대를 준비한다는 뜻의 ‘포스트 코로나(Postcorona)’는 ‘희망’의 단어라기보다는 ‘희망적인’이라는 표현이 더 가깝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고 모든 것이 절망일 수 없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다. 그런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색소폰 연주인이 팬데믹 시대를 이겨내는 방법을 찾아보려고 한다. 

 

소폰은 클래식이 먼저인가, 재즈가 먼저인가 

 

색소폰의 탄생으로 본다면 클래식 색소폰이고, 발전 계승에 있어서 재즈의 역할은 원조를 따질 수 없는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 색소폰이 지닌 장르의 다양성은 즐거움의 시작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색소폰의 경우 클래식과 재즈와는 또 다른 연주 형태를 지녔다. 일종의 변이 바이러스처럼 환경의 영향으로 생긴 독특한 장르다. 재즈나 팝과는 다르게 우리나라의 대중음악 연주로 트로트 연주 기법이 많이 적용됐다. 트로트가 대세인데, 색소폰 평균연령이 50대인 것도 이유가 될 것이다. 장르에 상관없이 대중성은 큰 영향력을 지닌다. 대중성은 공연에서 알 수 있지만 팬데믹 시대를 통해서 빠르게 발전하는 색소폰 유튜버에서도 알 수 있다. 노출 빈도와 구독자 수가 그 지표다. 클래식 색소폰 연주자의 영상이 트로트 연주를 하는 연주자의 영상보다 확연하게 적다. 대중성이 대세라는 말이 실감 나는 부분이다. 필자는 클래식 색소폰을 전공했다. 그래서인지 대중성 있는 유튜버로는 대세를 놓친 것 같다. 트로트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는 것도 유명함과 먼 길을 걷게 된 이유가 아닐까 싶다. 변명을 조금 섞자면 내가 공부하지 않은 대중음악 장르를 존중했다. 그래서 가볍게 대하지 않았고, 영역을 침범하지 않았다. 

 

트로트 연주는 쉽다? 

 

필자는 과녁을 정조준해서 정확하게 사격을 하는 것과 비슷한 반주기 악보에 그려진 그대로 연주하는 클래식 색소폰 연주를 공부했다. 트로트 또는 대중가요를 잘 연주하려면 템포의 정직함보다는 자유로움이 필요하다고 실용음악 강사들은 말한다. 클래식 색소폰 연주 기법을 대중음악에 적용하다 보면, 정확한 박자에 집착해 조금 딱딱한 연주가 된다. 결국 “맛이 안 살아요”라는 말을 듣게 된다. 주변에서 저를 가요를 좋아하지 않는 강사라고 한다. 사실 대중음악을 상당히 좋아한다. 그동안 기회가 없어서 못했지 만약에 기회가 생긴다면, 바로 대중음악 연주에 도전할 것이다. 


선호하는 장르 

 

색소폰 지도를 하면 수강생들이 “선생님은 어떤 장르의 연주를 추구하세요?”라고 묻는다. 저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추구하는 장르가 없다.”라며, 소극적인 답변을 했다. 어쩌면 ‘장르(Genre)’라는 단어가 주는 거창한 ‘뉘앙스 (Nuance)’라는 표현에서 오는 부담은 아닐까 싶다. 제가 수강생에게 “어떤 연주자 좋아하세요?”라고 고쳐 질문을 하고는 했지만 어색한 시간만 흘렀다. 누군가 나에게 “어떤 장르를 선호하세요?”라고 물으면, “클래식이요”라고 말했을 것 같지만, 솔직한 대답은 전혀 다르다. “고품격 무미건조 발라드입니다”라고 주저하지 않고 말했을 것이다. 고품격이라는 표현에는 클래식 색소폰 기법이 지니고 있는 나름의 자부심이 있다. 무미건조는 아직 대중음악의 맛을 생각보다 근사하게 구사하지 못한다. 두 가지를 제외하고 나면 마지막으로 남는 ‘발라드(Ballade)’가 좋아하는 장르인 것 같다. 

 

코로나19로 다양한 장르 만날 기회 

 

클래식 색소폰을 공부하는 대다수는 대중음악을 가볍게 여긴다. 특히 트로트는 아무나 하는 연주 정도로 우습게 보는 경우도 있다. 대중음악에 접근한다면 발라드 연주 정도가 품위를 덜 잃는 기분이 든다고 말한 클래식 연주자의 말이 떠올랐다. 분명히 편견이겠지만, 공감했다. “왜 우리나라 색소폰 연주는 세련되지 못하지요?”라는 물음에 ‘촌스럽다’, ‘저속하다’ 등의 부정적인 표현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특히 코로나19로 재즈와 대중음악 등 다양한 색소폰 연주(공연이 아닌 영상 시청)를 접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서로 다른 장르가 지닌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기회도 됐다. 특히 트로트 연주에 관해서 생각이 크게 바꿨다. “당신도 이제 나이가 먹었어”라는 말도 들을 정도다. 시대의 흐름과 트로트 경연 방송의 영향도 있다. 공감한다. 하지만 대중음악을 하는 연주자의 세련미, 기량 등의 실력이 높아지면서 대중에게 인기가 좋아졌다. 장르를 뛰어넘는 연주자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색소폰 연주를 대하는 태도부터 다르다. 자신이 추구하는 연주 장르의 정체성과 철학을 가지고 소리 하나하나 그리고 작은 숨소리와 운지의 교차에 성의와 정성을 담았다. 진정성 있는 몰입은 충분히 부러움을 살만하다. 완성도 있는 음악은 대중의 더 많은 사랑을 이끌어 낸다. 그것은 어떤 일이나 직업을 만들기도 해 더 큰 가치를 지닌다. 

 


버스킹 공연 

 

20년 전, 매주 수요일 점심시간에 ‘거리 콘서트’라는 이름으로 지금의 버스킹 형태의 공연을 했었다. 연주 기법은 클래식 색소폰 바탕에 둔 종교음악과 끈적임을 뺀 담백한 소리가 돋보이는 대중음악이었다. 그 시절 30대가 지닌 ‘싱싱함’을 소리에 담으려 노력했다. 당시 거리 연주는 어려움이 정말 많았다. 연주를 시작하면 누군가 민원을 넣었다. 결국 경찰관까지 찾아와 연주의 흐름은 물론이고, 그날 연주를 접어야 했다. 한 번은 누군가 무대 앞으로 나와서 전원 플러그를 빼버려 연주가 중단된 적도 있다. 프랑스 파리에서 색소폰을 공부했다는 자부심과 색소폰 연주 문화와 저변 확대에 일익을 담당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거리에 섰지만, 그런 현실은 용기를 잃기에 충분했다. “당신네 안방에 가서 연주해”라며 소리를 치는 사람도 있었다. 색소폰, 건반과 다른 다양한 악기와 노래까지 준비한 공연을 중단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래서 볼륨을 낮추거나, 공연 시간을 줄이는 등 눈치를 보며 아슬아슬한 공연을 이어갔다. 

 


꾸준한 연습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된 놀라운 사실은 무대에 서기 전 충분히 리허설을 통해서 완성도를 높인 날은 조금 과장한다면, ‘유희열의 스케치북’처럼 관객의 반응이 좋았다. 당연히 연주가 중단되는 일도 없었다. 40분 연주 프로그램을 위해서 매일매일 꾸준하게 연습했고, 연주 전날까지 리허설을 충분히 한 연주는 상황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관객의 호응 덕분에 마음도 편했고, 내 집 안방처럼 편한 호흡을 다스릴 수 있었다. 그런 공연이 끝나고 나면 욕설이 아닌 음료나 아이스크림을 얻어먹기도 한다. 

 

팬데믹 시대, 살아남는 색소폰 연주자는 

 

원고를 쓰면서 많은 고민을 하며, 수첩에 적었다. ‘스스로 들어도 잘 하는 연주를 하자’, ‘좋은 연주는 살아남는다’, ‘장르를 초월하는 것이 실력이다’ 등을 적었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색소폰은 엄청난 속도로 성장했다. 색소폰 인구증가에 있어서 충분히 성공했다. 그만큼 좋은 연주와 보고 듣고 싶은 연주가 많아졌는지는 고민할 부분이다. 힘든 시기를 극복하겠다며 색소폰 유튜버의 길을 1년 동안 열심히 걸어 봤다. 현실의 냉혹함은 어설픈 유명이 지닌 아쉬움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보여줬다. 군대 이야기를 했더라도 그보다는 인기가 나았을 정도로 관심을 받지 못했다. 색소폰 유튜버 경험자로서 팬데믹을 이겨내는 방법으로 유튜브 영상을 만드는 것은 추천하고 싶지 않다. 특히 생계를 위해서라면 버는 것이 아닌 잃는 것에 더 가까웠다. 꾸준함과 차별화된 콘텐츠에 감성을 담은 연주까지 가능하다면 당장 경제적인 어려움이 있더라도 해볼 가치가 충분하다. 쉽지 않은 도전임을 알기에 우려와 더불어 진심 어린 응원을 보낸다. 

 

코로나19, 이 또한 지나가리라! 

 

색소폰을 전공했거나 강사 또는 연주 활동에 종사하는 동호인들은 특히 힘들다는 것을 잘 안다. 하지만 용기를 잃지 말고 끝까지 잘 버티기를 기도한다. 자신의 실력을 높이기 위한 연습과 나만의 연주 방법을 만드는 시간에 투자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5년을 잘 보낸 월간 색소폰과 힘든 시기를 보내는 색소폰을 사랑하는 모든 이에게 힘내라고 크게 외치고 싶다.

 

 

 



 송인권 Profile

 

 - 프랑스 파리 E.N.M.P 음악원 색소폰 전공

 - 서울시 교향악단 색소폰 객원단원

 - 총신대 출강

 - 현)서울기독대학교 사회교육원 출강

 

(월간색소폰) 송인권 칼럼니스트= msp@keri.or.kr

태그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기다리는 색소폰Ⅱ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